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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를 만드는 전통적 방법

부자 연아 아빠 2022. 3. 3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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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를 만드는 전통적 방법

유념(檢, rolling)

유념이란 간단히 말하면 찻잎을 비벼 그 형상을 봉상(棒狀)이나 침상(針狀)으로 변형시키면서 찻잎의 표피를 비롯한 세포·조직을 파쇄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와 같이 찻잎의 표피나 조직을 파쇄하면 찻잎에 포함되어 있던 다즙(茶汁, juice)이 추출되기 마련인데, 먼저 잎의 표피세포에서는 산화 발효를 촉진시키는 단백질의 산화효소가 공기 중의 산소와 어울리면서 활성화되고, 동시에 찻잎의 표피 아래 있는 책상 조직(代狀組織)에서 추출된 다즙은 그 안에 있는 폴리페놀 화합물'이나 엽록소와 섞이면서 산화 발효(이른바 사과나 바나나를 잘랐을 때 볼 수 있는 褐變現象)를 계속하게 된다.

 

바로 이 산화 발효가 홍차의 맛, 보디(body), 향기, 빛깔을 결정하는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된다. 홍차와 녹차의 차이도 여기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유념의 기본원리는 왼손바닥에 찻잎을 놓고 고정시킨 채, 오른손만으로 동그랗게 원을 그리면서 찻잎을 부드럽게 비벼 형상을 갖추게 하는 것인데, 오늘날에도 수제차는 이렇게 만든다.

 

그러나 차의 수요가 늘고 산업화되면서 대량생산이 요구되자 손으로 비벼 그 많은 차를 제조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유념 기이다. 유념 기는 찻잎의 형상을 완비시키는 리프 스타일용과 분급(分級), 즉 작게 자르면서 비비는 브로큰 스타일용의 두 가지가 있음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리프 스타일용의 유념기는 유반(本盤)의 중앙에 샘(well)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는 반면, 브로큰 스타일용 유념기에는 중앙의 돌기 부분(corn)에서 주변으로 몇 개의 볼록한 언덕(hill)이 설치되어 있다. 유념을 통해 차액의 빛깔, 농담, 향미가 결정된다. 또한 유념 중에 찻잎의 색깔은 점점 암녹색으로 변하면서 사과를 강판에 갈 때 나는 것과 같은 향기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러한 유념의 정도를 컨트롤하는 것은 유념 시간과 유념 시에 찻잎에 가해지는 압력의 정도이다. 순수한 정통적 제법(true orthodox)에서의 유념 시간은 첫 번째 유념을 시작해서부터 45~90분이 표준이며, 반전통적 제법(semirorthodox)의 경우에는 최초의 유념에서 약 20분 정도 유념하여 찻잎의 세포조직을 파쇄한 다음 로터반기에 올려 파쇄하면서 그 정도에 따라 제2, 제3의 로터반기로 옮겨 잘게 분쇄한다.

 

그 과정 중에 거친 것(덜 파쇄된 것)을 골라내기 위하여 옥해기(玉解機, roll-breaking, green-sifting)라 불리는 체를 사용하게 된다. 체질은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체질은 뭉쳐진 덩어리를 풀어줘 찻잎의 세포조직을 보다 부드럽게 할 뿐 아니라 유념 중에 발생하는 높은 마찰열을 공기 중에 방산시켜 발효가 과도하게 진행되거나 불균등하게 진행되는 것을 방지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념 공정은 홍차 제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산화 발효(酸化, fermentation)

산화 발효는 찻잎이 완전히 발효하여 향미와 빛깔이 알맞게 나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산화 발효의 공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체 밑으로 떨어진 찻잎이 충분히 발효되도록 설계된 발효 선반이나 시멘트나 타일을 깐 바닥 위에 평균 4~5cm 정도의 두께로 찻잎을 펼쳐놓고 공기를 쏘이게 하는 작업이다.

 

옛날 공정관리가 엄격했던 시절에는 발효실을 따로 마련하여 박테리아 등의 발생을 막고 청결을 유지하기 위하여 실내의 온도를 섭씨 25도, 습도 90%를 유지하면서 2시간에서 3시간의 범위에서 컨트롤하였다. 그러나 근년에는 오히려 유념 공정 중에 이와 같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여 찻잎의 발효를 촉진시키는 이른바 '유념=산화 발효'라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굳이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합리적으로 컨트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념 개시로부터 발효까지의 시간은 순수한 전통적 제법의 경우에는 2시간~2시간 반(인도, 스리랑카), 반전통적인 제법의 경우에는 1시간 반 정도로 단축되어 있다. 너무 온도가 높은 곳에서 발효시키면 찻잎이 검은빛으로 변하여 불량품이 되기 쉽다. 따라서 유념 중에도 섭씨 25도 이하가 되도록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

 

산화 발효 과정 중에 타닌의 일종으로, 티 카텍긴이라 불리는 무색의 수렴제가 가용성의 화학물질과 어울리면서 화학변화를 일으키게 되는데, 이때 바로 차 특유의 향미가 찻잎에 배이게 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유념의 개시와 더불어 산화 발효를 시작한 찻잎은 차츰 엽록소 등의 화학변화와 더불어 자극성 있는 방향(芳香)을 발생시킨다.

 

그와 반대로 풋내는 줄고 점점 달콤한 향기만이 배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때의 향이야말로 뒤에 차의 질(良否)을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유념이 끝나면 차의 빛깔은 녹색이 없어지고 알맞은 산화 발효가 진전됨에 따라 노랑 빛이나 붉은빛을 띠다가 마침내는 선명한 암갈색으로 변해 간다.

 

이와 같이 산화 발효의 정도는 찻잎이 변해가는 상황에 따라 향이나 빛깔을 보고 판단하여 적당한 단계에서 홍차의 특성(주로 향기)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다음 건조공정으로 옮겨 산화 발효를 완전히 정지시키지 않으면 아니 된다. 이러한 작업들은 모두 적시에 조정해야 하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제다 기술자의 지식과 경험, 노하우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좋은 홍차를 계속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제 다기 술과 노하우가 정확히 다음 세대에 전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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