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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차 문화의 발달

by 부자 연아 아빠 202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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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차 문화의 발달

영국식 차 내는 법이 확립된 것은 18세기 초로 추정되는데, 미리 우려낸 홍차를 대형 보온기(tea urn)에 보온해두었다가 손님이 방문하면 그 앞에서 은 포트나 중국제 도자기 포트를 사용하여 대접하는 것이 상류사회의 차 내는 법이었다.

 

이때 여주인은 차를 내면서 손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멋진 사교라 믿었다.

 

18세기의 중엽부터 시작되는 다음 한 세기는 영국 홍차 문화의 형성과 발전에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이 기간은 산업혁명이 진전되어 중산계급이 형성된 시기인데, 그에 따라 차도 상류사회에서 점차 중류사회로 확산되었고, 일반 노동자들도 가끔 차를 마실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차에 밀크(크림)나 설탕을 넣는, 이른바 '영국 홍차 (잉글리쉬 스타일의 홍차)를 점심과 저녁 사이에 즐기는 '애프터눈 티 습관이 정착되었을 뿐 아니라, 품질이 좋지 않던 녹차에서 발효된 홍차로 전환된 것도 바로 이때였다.

 

영국식 홍차 문화의 원형(原型)이 바로 이 시기에 형성되었던 것이다.

 

차의 품질은 덮어두고라도 끽다 인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차와 차도구를 싸고 손쉽게 입수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식 찻잔의 탄생

 

이러한 수요에 화답하듯 18세기 후반부터 영국에서도 요업이 발흥하여 찻잔 등 차 도구를 손쉽게 입수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영국의 찻잔은 지금까지 대륙의 제조방식, 즉 그림을 다기에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그려 넣는 방식으로 제조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그림을 옮겨 새기는 이른바 전사(轉寫) 기술이 개발되어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다양화해짐으로써 영국 특유의 도자기가 탄생되었다.

 

이렇게 해서 찻잔을 비롯한 다구의입수가 수월해지자 당연한 결과로 차의 보급에 박차가 가해지게 되었다.

 

한편, 차에 대한 관세가 인하되어 차 값이 인하되고, 거기에 서인도제도에서 설탕이 대량 생산되어 이른바, 설탕 혁명(雪糖革命)이 일어나면서 차의 소비는 더욱 촉진되어 아침식사 때에 반드시 차를 곁들이는, 블랙퍼스트 티(breakfast tea) 습관이 정착되기에 이른다.

 

19세기에 들어서 영국의 오리지널 도기인 본 차이나(骨磁器)가 개발되고, 동시에 세필드 플레이트 기술이 보급됨으로써 은제 차 도구를 값싸게 입수할 수 있게 되었다.

 

차 거르개(strainer)가 개발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이와같이 영광의 빅토리아 시대에 들어서기 전에 국산 차도구들이 만들어졌고, 여기에 빅토리아 여왕이 즉위한 얼마 후, 자국 영토인 인도의 아삼 지방에서 숙원이던 '영제국홍차 (英帝國紅茶)가 생산됨으로써 차 생활에 필요한 모든 여건이 갖추어지면서 19세기 중반 이후에는 일반 서민들 사이에서도 끽다의 문화가 보편화되어 마침내 영국의 홍차 문화'가 만개하게 되었다.

 

요컨대, 17세기의 30년대에 처음 영국에로 건너온 차는 18세기의 초까지는 아직 왕실의 음료에 지나지 않았으나, 18세기 초에서 19세기 중엽에 이르는 1세기 사이에 상류사회에서 중류 사회로 확산되었고, 산업혁명의 완성과 더불어 19세기의 후반에는 다시 일반 서민 사회로 확산되어 명실공히 영국의 국민적 음료' 로서 정착되기에 이른 것이다.

 

영국의 차 문화 발전한 이유

 

그러면 이와 같이 차 문화가 유독 영국에서 꽃을 피운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그때까지 영국에는 국민들 사이에 확실하게 뿌리내린 음료가 없었다. 반대로 독일에는 맥주, 프랑스에는 와인이 이미 국민적 음료로서 자리를 잡고 있어 딴 음료가 그 자리를 파고들기 힘들었다.

 

둘째, 차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물이 대륙과는 달리 연수라서 차 맛을 제대로 우려낼 수 있었다. 스카치 위스키의 명성이 스코틀랜드의 물맛에 크게 연유함을 상기한다면 저간의 사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영국 사람들의 동양, 특히 중국 문화에 대한 강한 동경심(chinoiserie)을 갖고 있었다.

 

넷째, 예로부터 영국에서는 개박하(catnip), 우슬초(hyssop) 등과 같은 대용차를 달여 꿀에 타서 마시는 전통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음다 풍습이 훗날 녹차까지도 설탕을 타서 먹는 영국식 음다 문화를 탄생시킨 요인의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기후가 건조한 것.

 

여섯째, 영국사람들의 가정적인 분위기 등도 한 요인이 되었었다.

 

여기에다 시드니 스미스와 같은 문인들의 차 예찬론' 이 영국 홍차 문화의 형성에 한몫하였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차를 내려주신 신에게 감사 올린다. 차 없는 세상이란 생각하기도 싫어 오직 차 보급 이전에 태어나지 않았음을 기뻐할 뿐! - 시드니 스미스

 

 

그러면 영국 홍차 문화의 내용, 혹은 특질은 무엇일까?

 

이에 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시 다룰 것이지만, 여기에서 그에 관해 잠깐 언급해보기로 하자.

 

영국 홍차 문화의 특징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하루에 몇 번이고 마심으로써 문자 그대로 다반사(茶飯事)가 된 일상성(日常性).

 

둘째, 큰 잔 가득히 채운 밀크 티를 푸짐한 티 푸드와 함께 한꺼번에 으레 두세 잔은 마셔야 성이 풀리는 그 넉넉함.

 

셋째, 영국 홍차라 하면 밀크 티를 연상하리만큼 우유를 듬뿍 넣어 마시는 실제적인 실용성.

 

마지막으로 그런 중에도 미적 감성을 차 생활 속에서 실현코자 하는 탐미심(探美心)의 우아한 분위기를 들 수 있다.

 

이를 좀 더 부연 설명하면 영국의 홍차 문화란 영국 사람들의 생활 문화의 한 단면이다.

 

생활 문화란 한마디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배어나는 문화를 의미한다.

 

영국 사람들은 무척 홍차를 좋아하는 국민들이다.

 

아침에 눈 뜨기가 바쁘게 마시는 얼리 모닝 티, 아침식사와 함께 마시는 모닝 티, 11시경에 잠깐 휴식을 겸해서(tea break) 마시는 일레븐지즈(elevenses), 점심에 홍차를 곁들임은 물론이고, 오후 4시에서 5시경에 마시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저녁식사 때도 홍차는 물론 필수품이다.

 

그것도 부족하여 취침 직전에 마시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이와 같이 영국에서는 홍차는 일상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문자 그대로 다반사가 되어 있다.

 

그들이 하루에 마시는 홍차는 단순 계산하면 6~7잔에 이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

 

영국식 홍차의 음다법의 특색은 한 차례에 딱 한 잔으로 끝나는 일은 없고, 두 잔, 세 잔을 흡족하게 마셔댄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찾아오는 손님에게 딱 한 잔의 차를 내놓는 것은 큰 실례로 여긴다.

 

다시 말하면 영국 사람들은 티에 관한 한 여유롭고 관대하다.

 

이를테면 11시의 티 브레이크에 전차를 쉬지 않고 운전해야 하는 기관사는 한 손에 찻잔, 다른 한 손에 핸들을 쥐고 운행해도 언론은 물론 감독기관도 그의 근무자세를 탓하지 않는다.

 

심지어 걸인들마저도 한잔의 홍차를 내세우며 구걸한다고 하는 얘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이와 같이 넉넉하고 관대하다는 점에 두 번째 특징이 있다.

 

아침에 마시는 모닝 티는 물론, 애프터눈 티도 우유를 듬뿍 넣은 따뜻한 밀크 티다.

 

심지어 로열 밀크 티는 물과 우유를 1대 1로 섞는다.

 

그러기에 영국 홍차에서는 좋은 홍차를 말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인 차(액)의 빛깔은 그렇게 중시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도 상류층이나 상류를 지향하는 층에서는 전통적인 중국 홍차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풍습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밀크 티를 한사코 애음한다.

 

그러기에 영국 홍차는 밀크 티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것은 영국이 북위 50도가 넘는 추운 지대에 위치하는 나라요. 유축 농업이 주라는 배경이 없지 않으나, 그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영국 사람들의 생활태도의 한 표현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육식을 많이 하는 영국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마셔대는 홍차를 스트레이트로 마신다면 위가 견디어낼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실용성의 중시에 다른 하나의 특징이 있다 할 것이다.

 

또한 영국 홍차의 특징은 사교성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인들이 애프터눈 티에 사람을 초청하는 것은 일종의 우정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영국 홍차에선 차를 함께 나눈다는 것은 그저 마주앉아 차를 나눈다고 하는 형식적인 관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보다 친밀한 우정의 교환을 의미한다. 따라서 애프터눈 티에 처음 초청된다면 그것은 바로 친구로서의 교제의 시작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동양의 다도에도 사교성이 없는 게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의 다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그 분위기는 어쩐지 딱딱하고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영국의 홍차는 자유롭고 스마트한 분위기 속에서 지적교류를 즐기면서 아울러 사교적인 기회를 향수할 수 있게 해주는 특징이 있는 것이다.

 

끝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영국 홍차의 특징은 온 국민이 끽다를 즐길 뿐 아니라, 그 속에서 생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실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홍차는 주스나 콜라와는 달라서 해갈이나 시원함이라고 하는 생리적인 효능만을 주는 게 아니다. 한잔의 차'를 통해 생활의 여유와 즐거움을 향유(享有)하며, 생활 속의 미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나는 티가 바로 애프터눈 티이다.

 

애프터눈 티는 영국 사람들의 미적 감성이 생활을 통해 발현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동양의 다도(茶道)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정신적인 요소가 짙게 배어 있다.

 

그러기에 애프터눈 티에선 차를 내는 사람이나 마시는 사람이 한결같이 화락(和樂)하는 분위기를 중시한다.

 

그를 위해서 각별히 매너(凡節)를 중시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조성에 정성을 쏟는다. 탐미심(探美心)이라고나 할까?

 

요컨대 영국의 홍차는 우아한 미적감성을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길이요, 동시에 공간이라는 점에 중요한 특징이 있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영국의 홍차 문화의 요체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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