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의 제조와 배합
우리가 즐겨 마시는 홍차 이 홍차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았으나 홍차가 어떻게 제조되고 배합이 되어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갖추고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좀 더 알아보면 홍차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홍차의 제조(tea manufacture) 홍차의 제조는 “현지주의, 즉 잎차의 생산 현지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다. 이것은 와인이 포도원에서 갓 수확한 생포도를 이용하여 그곳에서 제조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커피는 생산지에서 수확한 생두(生豆)를 건조해 주로 소비지로 수송되어 그곳에서 블렌딩이나 배전(前) 등의 가공이 이루어진다.
홍차의 제조와 배합에 대하여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자
또한 맥주나 위스키 등 술도 쌀, 보리, 옥수수 등의 곡물류를 건조한 다음 공장 소재지로 운송되어 그곳에서 제조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하여 홍차는 현지에서 제조된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는 것이다.
와인과 닮은 홍차
이런 점에서도 홍차는 와인과 닮은 점이 많다. 바꿔 말하면 차 나무에서 채취한 원료인 생엽(生葉)은 싱싱한 상태 그대로 다원 안에 있거나, 혹은 다원에서 되도록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제다. 공장으로 옮겨져, 즉시 제 다공성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생엽을 냉동하거나 건조해 멀리 운반하여 차를 제조해보려는 시도는 부질없는 노릇이다. 홍차는 오늘날 아시아 ·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많은 나라들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그 제조법이나 기계설비 등도 해마다 개량되어 가고 있다.
홍차의 제법은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에 중국에서 완성된 이른바, 수제 방식(手製方式)이 기초가 되었다. 이를 오리지널 제법이라 하는데, 영국식 정통 제법은 이 오리지널 제법을 영국 사람들이 인도의 아삼 지방에서 중국인 기술자들로부터 그대로 전습받아 19세기 말부터 수작업 부분을 조금씩 기계화한 것을 말한다. 정통식(正統式) 제법을 전통식(傳統式) 제법이라 부르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국식 오리지널 제법은 참으로 일손과 시간이 많이 드는 중노동이었다. 그리하여 중국인들은 일손과 노고가 많이 든다는 뜻에서 공구차 (工夫茶)라 불렀다고 한다. 오리지널 제법은 먼저 다원에서 채취한 생엽을 대나무 고닥에 담아 농가로 가져온다.
이 생엽을 입이 넓은 대바구니나 멍석 위에 적당한 두께 (6~8cm)로 널어 그늘에서 말린 다음, 잎을 부드럽게 위조(週)시킨다(자연 위조, 自然萎洞), 다음으로 이들 잎을 나무통에 넣어 맨발로 충분히 밟아 잎의 세포조직을 으깬다.
혹은 차엽을 나무통에 넣고 맨발로 잘 밟은 뒤 다시 손으로 비벼 자엽의 형상을 고르게 한다(유념, ), 이러한 작업 중에 찻잎 속에 들어 있던 차즙(茶汁)이 밖으로 스며 나와, 그것이 공기 중의 산소와 어울려 차즙 속에 들어 있는 산화효소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발효를 진전시키는 것이다. 발효가 진행되면 지금까지 독색빛을 뛰고 있던 차엽은 갈색으로 변하게 된다.
산화 발효를 거치는 홍차
이러한 산화 발효를 한층 진전시키기 위하여 차엽을 대바구니에 담은 채 일정기간 그대로 방치해둔다(발효, 孝), 차엽의 색깔이 전체적으로 다갈색으로 변하면 숯불의 화열을 이용하여 말리던가, 혹은 햇볕에 내놓고 비비면서 말리게 된다(건조, 乾燥). 이상이 중국식 오리지널 제법의 개요이거니와, 이와 같이 간단한 도구를 사용한 고전적인 중국식 수제 방식이 훗날 영국식 기계 제법으로 바뀜으로써 능률적이며 위생적이고 안정적인 품질의 홍차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20세기 초에 이르면 기계가 다시 개량되고 대형화되어 먼저 인도와 실론에서 사용되었고, 뒤에는 인도네시아로 확산되어 갔다. 한편 홍차의 제조공정의 기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제품(차엽)의 외관, 형상, 그리고 사이즈에 대한 소비자의 가치관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그에 자극받아 유념기(案機)가 새로이 설계·제조되어 보급되었다.
다시 말하면, 초기에는 차엽의 사이즈를 가늘게(작게) 하지 않고 완성된 차엽의 외관이나 형상이 고르게 잘 비벼져 있는 눈으로 보아 잎이 크 고 좋은 차 (오렌지 페코)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형상 완비의 리프 스타일의 차)가 좋은 차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도시화와 공업화가 진전되고 생활의 스피드화 됨에 따라 경수(硬水) 지역에서도 단시간에 차의 빛깔이나 향미가 잘 추출되는 차를 보다 많이 요구하게 된다.
그러한 소비자의 취향의 변화와 더불어 외관보다도 강한 빛깔과 맛있는 홍차를 빨리 추출할 수 있도록 작게 파쇄한 차엽 (BOP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은 소형의 브로큰 스타일의 차=분급 차)이 제조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영국에서는 20세기 초부터 위와 같은 장점 외에도 포장작업도 편리하여 대량 판매에 적합한 '브로큰(분급)의 차(잎)'가 홍차의 주류가 된 것이다.
이상을 정리하면 기계화가 진전되면서 전통적(orthodox)인 제법에는 두 가지 흐름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그 하나는 기계를 도입하되, 어디까지나 차(잎)의 형상이나 외관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리프 스타일의 차'를 만드는 유념 기계요, 다른 하나는 보다 빠른 시간에 강한 빛깔과 향미를 추출시켜 주는 '브로큰 스타일의 차'를 만들어내는 유념 기계의 개발 · 실용화이다.
그 후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을 경험한 뒤 20세기의 후반에 들어서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공업국에서 티백(tea bag)의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티백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찻잎이 가늘고 작은 것'을 선호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수요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은 이어진다.
그 결과, 고기 절단에 사용하는 민지 기기를 응용한 로터반이라 불리는 차엽 절단용 커터와 찻잎을 절단하면서 동시에 성형도 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된 CTC기가 개발되어 급속도로 보급되었다. 로터반은 전통적인 제법의 유념 공정 속도를 높여 효율적으로 소형차(잎)를 만드는데 활용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로터반 오소독스, 또는 세미 오소독스(반전통적)라 부르기도 한다. 한편 CTC 기를 주로 활용하는 제법을 오소독스와 견주어 언 오소독스(un-orthodox, 非傳統的), 혹은 CTC 제법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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