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의 찻잔과 받침
영국 사람들이 찻잔보다도 티 포트를 더 중시한다고는 하였지만, 정성이 담긴 한잔의 홍차를 역시 좋은 찻잔으로 상미(賞味)한다면 더욱 맛이 뛰어날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외형상 가장 이상적인 찻잔은 고가의 것이 아니라, 함께 사용하는 티 포트의 디자인이나 색깔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만 참여자가 많은 다회의 경우 반드시 모든 첫 잔의 색과 디자인이 같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기능 면에서 볼 때 좋은 찻잔이란 테두리가 넓고 약간 밖으로 젖혀진듯하고, 깊이가 얕은 나팔꽃 모양의 것이 좋다. 나팔꽃 모양의 잔은 차의 빛깔을 아름답게 보여줄 뿐 아니라 홍차의 향기를 쉽게 퍼지게 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홍차의 오묘한 향기와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실로 델리키트 한 감촉마저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를 위해서는 두텁고 무거운 것보다는 얇고 가벼운 게 좋다. 본 차이나나 경질의 자기를 높이 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한 재질의 찻잔들은 대체로 내열성이나 내구성도 뛰어난다.
한편 차(액)의 빛깔을 중시하는 스트레이트 티의 경우에는 빛깔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컵의 안쪽에 그림이 없는 무지(無地)의 것이라야 한다. 또한 손잡이가 편하고 균형이 잡혀 있어야 한다. 끝으로 디자인이 예쁘다고 해서 무조건 택할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심플한 것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것일수록 오래 써도 싫증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 사족을 붙인다면 홍차를 마시는 시간과 분위기에 따라 컵을 바꿔보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아침식사 때의 홍차는 약간 큼직한 모닝 컵으로, 오전이나 오후의 티 브레이크 때는 머그 컵(mug cup)을, 그리고 손님이 온다거나 다회 등과 같은 때는 세트로 되어 있는 홍차 도구 일습을 사용한다면 한층 멋이 더할 것이다. 저녁식사 후 일가가 단란하게 모일 때에는 능력이 허용하는 한, 우아하고 약간 사치스러운 다구를 차려 따뜻한 홍차를 즐기면서 담소를 나눈다면 온 가족의 단란한 분위기는 한결 더해질 것이다.
그 밖의 도구들
1) 차 거르개(tea strainer)
티 케틀이나 손잡이 냄비 등에서 우려낸 홍차(액)를 다른 티 포트나 컵에 옮기는 경우 찻잎이 함께 섞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걸러주는 도구가 필요하다. 이것을 차 거르개(tea strainer)라 한다.
차 거르개는 순은, 은도금, 유기, 도자기, 스테인리스 등을 둥근 접시모양으로 만들어 구멍을 뚫고 홀더를 붙인 게 일반적인데, 오늘날에는 스테인리스의 금속제나 합성수지의 네트를 금속 틀(플레임)에 장착한 것도 있다. 그물은 조밀할수록 좋다. 또한 조리 부분이 회전하도록 만든 회전식의 것도 있다.
2) 티스푼과 메저 스푼(tea spoon and measure spoon)
찻잎의 분량을 정확히 측정하거나 차를 고루 혼합시키기 위해서는 티스푼이 절대로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티스푼은 커피 스푼과는 달리 조금 커야 하기 때문에 커피 스푼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티스푼은 단순히 차를 섞는 데 쓰이는 것만이 아니고 우려내고자 하는 찻잎의 양을 헤아리는 자(尺度)의 구실을 아울러 해주는 것이다. 옛날(19세기 이전 홀 리프티를 즐기던 시절)에는 메저 스푼, 혹은 티 캐디 스푼 (tea caddy spoon)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스푼을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캐디 스푼은 찻잎이 세분화된 오늘날에는 실용성이 거의 없어 수집가들의 수집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3) 기타 도구들
지금까지 홍차에 필요한 중요한 도구들에 관해서 살펴보았다. 이 밖에도 많은 도구들이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액세서리라 할 것이다. 이름만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다.
1)차 쟁반(tea tray)
2)차 수건(tea towel)
3) 티 코지(tea COSY , 보온모)
4) 다관 · 다호(tea caddy)
5) 밀크 크리머 (milk creamer pitcher)
6) 슈거 보울 및 스푼(Sugar bowl/pot)
7) 레몬 접시(Lemon plate)
8) 티 스탠드(tea/cake 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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